모든 사용자를 위하여
저는 현재 AI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곳에서 앱의 사용성을 향상시키는 UX/CX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아닌 내부 운영을 위한 어드민 개선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부분이 불편한데 고쳐주실 수 있을까요?”
사용성을 개선하는 UX/CX팀에서 자주 그리고 많이 들어오는 요청이기도 합니다. 저희 서비스는 한국어로 시작하여 일본어, 중국어(번체, 간체), 영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해외의 성인 인증의 경우 유저들의 신분증 사본을 직접 받아 수기로 인증을 진행했었습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DAU가 20만을 넘어가자 직접 인증을 진행하기엔 규모가 방대해져 인증 대행 서비스로 변경하였는데요. 어느날 운영을 담당해주시는 CX 매니저 분께서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OO님, 인증 실패 사유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하루에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인데 해당 문제를 같이 봐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은데 이따가 10분 정도 얘기 가능하실까요?”
문제는 간단하다?
간단한 미팅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인증 방법이 변경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문제였습니다. 이전에는 민감한 부분은 모두 가리는 방식으로 수기 인증을 진행했는데, 인증 대행 서비스로 변경하면서 신분증의 모든 정보는 가려지지 않아야 함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던 것이었죠. 실제 인증 업체의 로그를 통해 실패 사유를 확인해보니 대부분 정보가 가려져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인증을 시작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조건들을 정리하여 일러스트와 함께 안내하고, 하단의 “인증 진행하기” 버튼을 클릭시 인증을 진행하도록 단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인증 과정을 개선했습니다.
의외로 해결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결된 줄 알았던 문제가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개선하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문의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운영팀에 배정된 관련 제보 티켓을 받아 확인해보니 사용자들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유를 알고 싶어 문의를 한 것이었죠. 어드민 툴에서도 실패 사유가 있었으나 사용자와 같은 사유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증 업체에서 진행되는 각 과정에서 인증이 실패되는 모든 사유를 모았습니다. 각 단계별로 10개 ~ 30개정도 되는 실패 사유가 있었고, 인증 과정은 총 4단계였으니… 각 단계별로 상세하게 설명해주기엔 과하기도 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인증에 실패한 케이스들도 수집해보기로 헀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도 특정 단계에서 대부분 인증을 실패하고 있었고,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 ‘신분증 정보 인식 불가’였습니다.
해당 문제는 특정 케이스(신분증 정보 인식 불가)로 인증에 실패할 때에만 유저의 화면과 백오피스에 추가 설명을 덧붙이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신분증의 정보를 인식할 수 없어 인증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정보가 가려진 곳이 없는지 확인해주세요.”라는 안내문구처럼요. 그리고 이외의 케이스에 대한 문의는 팀으로 티켓을 배정할 수 있도록 운영팀에 부탁드렸습니다. 이는 한정된 인원만이 인증 업체 로그 확인이 가능하며, 모든 실패 케이스에 대한 사유를 추가하기엔 과한 조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앱을 쓰는 사용자들만 사용자가 아니다
이후 1주일동안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관련 이슈에 대한 문의량이 현저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고 운영팀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운영팀에서도 항상 실패 사유에 대한 해결책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를 백오피스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줘서 한결 편해졌다며 고맙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직무 전환을 하며 사용자와 제품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만을 사용자로 여겼던 편협한 시각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또 어떤 문제에 대해서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적절한 시간과 사이즈를 고려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